봉원사 현성스님 벽담스님

우룡스님─정진스님 아버지의 사경천도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85회 작성일 14-06-04 15:05

본문

정진스님 아버지의 사경천도
                          <우룡 큰스님>


사경천도는 말뜻 그대로 경전을 한 자 한자 정성껏 써내려가면서
영가를 깨우치고 좋은 곳으로 나아가도록 축원을 해주는 천도법이다.
이러한 사경천도의 영험담은 수없이 많지만.여기에서는 사경 중에
특이한 일이 있었던 통도사 정진(正眞)스님의 예를 들고자 한다.

조선시대 말 통도사 백련암에서 승려생활을 했던 정진스님은 울산에
살았던 아버지 송유양이 돌아가셨을 때 49 재를 지내주었으므로
마땅히 천도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밤에 꿈을 꾸었다.포졸 옷을 입은 7....8 명의 장정이
달려들어 바닷가로 끌고 가더니.강제로 배에 태워 무인도에다 내려
놓는 것이었다.그때 누군가가"스님"하고 불렀다.

"스님은 어느 절에 계시며 법명은 어떻게 됩니까?"
"통도사 백련암에 있는 정진입니다."
"고향은 어디입니까?"
"울산이오."
"아이구.내 아들아!"

그때서야 자세히 살펴보니 고초에 시달려 핼쑥해진 모습은 예와 같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아버지 송유양이었다.

"아버지.이것이 어떻게 된 노릇입니까?"
"아들아.세상에 살 때 재산이 있는 양반이라 하여 사람들을 괄시하고
짓밟은 과보로 지금 나는 뱀들이 우글거리는 요사지옥(繞蛇地獄)에
떨어져 고통을 받고 있단다.제발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다오."

"제가 어떻게 해드려야 합니까?"
"내가 이 지옥에 들어온 후로 여기에서 벗어나 천상에 태어난 이가
꼭 한사람 있다.
그는 중국 소주 땅에서 관리 노릇 했던 사람인데.그의 아들 태을이
법화경을 천 번 읽으며 천도해 준 공덕으로 고통에서 벗어나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느니라.

너도 나를 위하여 법화경 한 질을 베껴 쓰고 독송 하여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다오."
그리고는 무엇에 의해 끌려가는지 몸을 벌벌 떨며 말하였다.
"또 지긋지긋한 고문의 시간이 되었구나.부탁이다.제발 내 말을
잊어버리지 말아라."

"아버지.아버지!"

정진스님은 소리를 치다가 꿈에서 깨어났다.
스님은 울산의 어머니를 찾아가 꿈 이야기를 하고.전국을 다니며
탁발하였다.왜냐하면 경을 쓰는데 필요한 종이와 금가루뿐만이 아니라.
경전을 쓰는 이에 대한 양식과 의복과 사례금.기도하는 동안 법당스님
과 공양주와 머슴들에게 쓸 비용까지 모두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비가 마련되자 순천 선암사의 대강백이요.명필로 이름난
김경운(金警雲)스님을 모셔와 검은 색 한지에 법화경을 써줄 것을
청하였다. 금가루로 글씨를 쓰면 붓이 금방 마모되어 버린다.
경운스님이 법화경 8권 중4권을 쓰고 나자 처음 마련했던 붓들이 모두
마모되어 버렸다.때마침 눈이 많이와서 붓을 사러 갈 수도 없었다.

그런데 청소를 하기 위해 방문을 열자.족제비 한 마리가 뛰어들어와
아랫목에 자리를 잡는 것이었다.
"나가거라.추워서 들어왔는지 몰라도 여기는 네가 들어올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족제비는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손으로 밀어내어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경운스님은 느낀 바가 있어 족제비에게 말하였다.

"효자 정진스님의 아버지를 위한 거룩한 불사에 네 몸의 털을
보태겠다는 것이냐? 네 뜻이 그렇다면 받아 들이마."
경운스님이 살아있는 족제비의 꼬리털을 모두 뽑는 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고맙구나.이것으로 붓을 만들면 이 경전을 다 쓰고도 남겠구나."
그때서야 족제비는 방을 나갔고.경운스님이 법화경 사경을 끝내자.
통도사 적멸보궁에 금글씨로 쓴 법화경을 올리고 축원 하였다.

"아버지를 위해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날 밤 정진스님의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 말하였다.
"고맙다.네 덕분에 요사지옥에서 벗어나 천상으로 오르게 되었구나.
스님 노릇 잘 하기 바란다."

또.아내(스님의 어머니)의 꿈에도 나타나 당부 하였다.
"여보.사람이 잘 산다는 것은 남 앞에 잘난 척하거나 잘 입고 잘 먹는
것이 아니라.남에게 자꾸 베풀어 주고 공덕을 쌓으며 사는 것이라오.
당신 농 속의 옷만 하여도 평생 입고도 남으니 더 이상의 옷을 가지려
하지 마시오.

소작하는 사람들이 가을에 양식을 가지고 오면 적다며 책하지 말고
"고맙다"고 하면서 주는 대로 받으시오.어떻게 하든 복을 닦으시오.
나는 당신과 스님 아들이 있어 이렇게 제도를 받았지만. 당신 뒤에는
그렇게 해 줄 사람이 없으니 당신 복은 당신이 닦아야 할 것이오."

그때가 1901년이었고.현재 이 금자법화경은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보관 되어 있다.

ㅡ 영가천도 우룡 큰스님 지음 ㅡ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